일본생활

일본에서 집 구하기

moimoo 2024. 9. 15. 16:12

일본에 온 지 벌써 15년이 된 나는 이사도 벌써 7번 했다.
그래서 웬만한 일본인 친구보다도 부동산을 많이 가본 것 같다.
 
세 번 정도는 내가 직접 알아본건 아니고 룸셰어나 교직원기숙사에 살아서 내가 구한 건 아니지만, 혼자 살기 위해 부동산 가본 적이 두 번 있고, 지금의 파트너(일본인)와 같이 살 집을 구하기 위해서 부동산 가본 적도 두 번 있다.
 
게다가 다 경우가 달랐다. 같은 자취여도 학생일 때랑 직장인일 때랑은 다르고, 동거의 경우에도 외벌이랑 맞벌이 때랑은 전혀 다르다.
각각의 경우에 대해서 내 경험을 공유해보려 한다.
 

기본정보

일본은 월세가 일반적이다. 월세 아니면 내 집마련. 전세는 없다.
나는 내 집이 아직 없고 월세 경험밖에 없으니 월세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계약할 때 내야 하는 돈

시키킨 (敷金):

  • 보증금 같은 것. 집에서 나올 때 청소비용 등을 빼고 돌려준다.
  • 월세 한 달 치~두 달 치정도

레이킨 (礼金):

  • 사례금. 안 돌아온다.
  • 월세 한 달 치~두 달 치정도. 요즘에는 레이킨 0엔의 물건도 많다.

부동산 수수료

  • 월세 반 달 치~한 달 치정도

보다시피 한국이랑 비교하면 보증금이 아주 적다.
그 대신 수입이 있는 일본인 보증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보험도 들어야 한다.

월세가 비싸다

도쿄 한복판에서 25평방미터 (약 7.5평) 하는 아파트에서 살 때 14만 엔 (130만 원 정도)였다. 엄청 좋은데도 아니었다.
아파트에 피트니스도 딸려있는 데에 살려면 적어도 20만 엔 (190만 원 정도) 내야 했다.

아파트 VS 맨션

일본에서는 아파트라고 하면 목재건물이 2-3층정도하는 작은 건물.
한 층에 5 채정도 있고 엘리베이터는 없는 경우가 많다. 넓이에 비해 싸다.
한국에서 말하는 아파트는 일본에서 맨션이라고 부른다.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많다.
맨션 중에서도 비싼 건 타워맨션 (일본어로 줄여서 타와만). 건물 안에 주민전용 피트니스나 파티 공간, 가라오케 등이 있다.
 

일본에서 집 구하기 난이도

자취 - 학생 (난이도 4/5점)

유학생 입장에서 집 구하는 건 좀 힘들었다.
우선 보증인 구하기. 보증인은 일반적으로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인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친구이름 쓰기는 어렵다.
친구네 부모님이나 교수님께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아르파이트나 인턴 하던 데에 상사라든지.
그리고 학생이어도 수입을 신고해야 한다. 월세를 잘 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입이라고 해봤자 유학생 비자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고 아르바이트도 주 최대 20시간정도밖에 못하기 때문에 별로 없다.
학생이면 보통 학기 초에 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옵션도 많이 없다. 유학생은 많이 힘들다.

도쿄나 주변 동네 (요코하마, 사이타마, 등)에서 5-8만 정도 월세에 15-25평방미터 정도의 원룸이나 1K (방 하나 + 키친)의 아파트를 많이 봤다.
일본집은 화장실과 욕실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좀 싼 데면 유닛배스라고 화장실과 욕실이 한 공간이 있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아파트의 일반적인 화장실 형식이다).

이삿짐센터는 보통 혼자 사는 학생이 이사한다 하면 한 5만-10만 정도 하는 것 같다.

집구조는 대충 아래와 같다.
키친이라고 해봤자 싱크대랑 가스불 하나 붙어있는 카운터가 있을 뿐이었다.

자취 - 직장인 (난이도 2/5점)

같은 외국인이어도 수입이 있으면 좀 낫다.
일본 기업에서는 월세 보조금을 내주는 데도 잇다. 그러면 더욱더 선택지도 많아진다.
보증인도 회사에 부탁하기 쉽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개다가 글로벌 기업이라 그런지 심사는 금방 통과했다.

예산이 좀 높기 때문에 도심에서 20-30 평방미터 하는 맨션을 10-15만 엔 정도로 빌리는 경우가 많다.
타워맨션은 비싸서 못 갔지만 15만 엔 하는 맨션도 깨끗하고 나쁘지 않았다.
다만 도심 중에서도 오피스가에 살아서 주말에는 사람이 적고 주변에 시설도 많지 않았던 건 아쉬운 점이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집을 찾았지만, 사실 처음이 찾아간 부동산에서는 외국인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죽은.. 자살한 집을 추천해 줬다.
같은 빌딩의 다른 방보다 싸다고 여러 사정은 있어서 찝찝하긴 하겠지만 진짜 추천한다고.
난 더 비싼 집가도 상관없다고 하는데, 진짜 저 방이 득이라고 계속 추천을 하길래 기분이 나빠서 그냥 나왔다.

둘이 살기 - 외벌이 (난이도 5/5점)

어찌어찌하다 나만 일할 때 집을 찾게 되었다.
부동산 중개사 분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케이스다.
일본인은 수입 제로, 외국인 이름으로 계약을 해야 하는 혼인신고 안 한 국제커플.
심사 떨어질 수도 있다고 들었고 실제로도 들어가고 싶은데 못 들어가기도 했다. 타이밍도 안 좋았지만.

예산도 낮았던 게 문제였다. 예산을 전하니, 중개사 분이 도쿄 지도를 꺼내서,
“우선 남쪽 (미나토구, 시나가와구, 추오구) 은 포기하셔야 하고요, 서쪽 (새타가야구, 메구로구, 시부야구, 신주쿠구) 도 어렵고요,
그럼 남는 게 동북쪽인데 여기는 치안이 안 좋고 회사에서도 멀어요. 어떻게 할까요?”
음 글쎄요 ㅠㅠ 싶었다.
게다가 신학기 시즌이라 애초에 옵션도 많이 없었다.

결국 맨션을 한 여닐곱군데를 돌고 계약할 수 있었던 건 한 곳뿐이었다.

둘이 살기 - 맞벌이 (난이도 1/5점)

제일제일 집 찾기가 쉬웠다.
어느 정도 예산안에서 찾아달라 했더니 좋은 곳을 찾아주고 그중에서 골라서 계약했다.
명의는 일본인인 파트너 이름으로 하니 아무 문제 없이 계약할 수 있었다. 심사는 거의 걱정을 안 했다.


경우에 따라서 이렇게나 난이도가 다르구나 싶었다. 역시 우린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글 중에 넣은 집구조는 대충 정사각형 안에다가 그리려니까 욕실이 막 길어지고 했는데, 정말 대충 구조만 그린 거다.
방 크기나 모양은 다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