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일본사는 30대 직장인 일반적인 하루

moimoo 2024. 8. 21. 01:37

일본의 직장 생활에 대해서 소개해 보려 한다.
이제까지 일반 기업은 (인턴, 알바 제외하고) 두 군데에서 일해 봤다.
글로벌 컨설팅 펌에서 컨설턴트. 그리고 일본의 웹개발 회사에서 마케팅.
업계도 다르고 직종도 다르고 컬처도 다르다.
 

컨설턴트의 하루

글로벌 컨설팅 펌. 특정 업계에 특화되어서 전문성이 높은 부티크 펌이다.
 
한국 동료한테서 들었는데 한국에서는 컨설팅이라 하면 “부동산 컨설팅”이란다.
글로벌한 일본 기업도 많고 외자 기업의 지사도 많아서 그런가. 일본은 컨설팅 펌이 많다.

컨설턴트 되고 싶다 해서 되는 사람은 없고,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우수한 학생들이 컨설팅으로 간다.
나도 컨설턴트 되고 싶다기보다는, 박사 하느라 취직이 늦어서 가성비가 좋은 데로 가고 싶었다.
 
회사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글로벌 기업이라 유학파 일본인이나 외국인이 많아서,일본 국내에 친구가 많이 없는 사람들끼리 진짜 친하고 즐겁게 지냈다.
 

7시 반~8시: 기상

  • 잠이 많아서 정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싫었다

8시: 나갈 준비

  • 지하철에서 읽을 책을 신중히 골라서 가지고 나간다

8시 반~9시: 통근

  • 회사까지는 도보 + 지하철로 40분 정도
  •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거나 Duolingo (한창 독일어 공부에 빠졌었다)
  • 회사 핸드폰으로 이메일 체크
  • 회사는 역이랑 지하도로 이어져 있어서 요즘같이 더울 때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9시 조금 지나서: 출근

  • 냉장고에서 커피랑 차를 가져온다 (무료. 이런 거 글로벌 기업 좋아)
  • 우선은 업계 뉴스 읽기
    • 클라이언트가 가끔 "오늘 일간xx의 기사 봤죠?"라고 쪽지시험을 내주기 때문에 쓱 읽어둔다
    • 가끔 클라이언트 사장이 그만두고 경쟁사로 갔다, 뭐 이런 뉴스도 있어서 가십지 같이 읽을 때도 있다

10시

  • 슬슬 미팅이 시작한다
  • 컨설팅은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짧아서 매일매일 팀미팅을 한다
    • 아침에 팀미팅에서 태스크 확인, 저녁의 팀미팅에서 서로 진행도 확인
  • 스몰토크가 서툴러서, 미팅 시작하면 "자, 오늘 태스크는..." 하고 시작했더니, 후배한테 깜짝 놀랄 정도로 담백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잡담도 안 하고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니 서운했다는 말이었다). 그 후로는 후배사원이랑 미팅할 때는 꼭 월요일엔 "주말에 뭐 했어요?" 주중엔 "요즘엔 어때요?" 신입한테는 "회사 생활 적응 잘하고 있어요?"라고 물어보도록 하고 있다...

12시: 점심시간

  • 편의점에서 사먹거나 밖에서 도시락을 사 오거나 시간이 좀 있을 때에는 식당에서 먹는다
  • 가끔 팀 런치나 멘토 런치 같은 것도 있어서 회사 돈으로 밥을 먹기도 한다

13시~: 오후 업무

  • 클라이언트 미팅이 많다
  • 코로나 덕분에 온라인 미팅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직접 클라이언트를 찾아가야 할 때도 있다
    • 복장은 오피스 캐주얼보다 조금 더 캐주얼했는데 클라이언트를 방문할 때는 양복을 입어야 해서 귀찮았다...

15시~16시: 여유가 있으면 커피 브레이크

  • 회사에서 협동적인 컬처를 위해 한 달에 두 번 후배나 선배를 초대해서 마실 커피를 사준다
    • 이런 부분이 글로벌 기업스럽다 (좋은 의미로. 지금은 혼자서 사 마실 시간도 없는데 회사 사람이랑 마시느니 안 마시고 말겠다)

~18시: 저녁 업무

  • 18시 가까이 되면 슬슬 사람들이 퇴근하기 시작한다
  • 동기들한테 인사할 겸 방해하러 갔다가 슬슬 나도 퇴근할 준비를 한다

18시 반: 퇴근

  • 어차피 집에 가서도 일 한다. 회사에서 일하느니 집에서 하겠다 하고 일찍 나온다
  • 코로나 중 리모트 근무가 편해져서 오피스로 돌아오는 게 어려웠다
  • 반면, 오피스도 사람들이랑 만날 수 있어서 재밌다

19시 넘어서: 집에 도착

  • 일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저녁은 배달음식

~12시: 밤 업무

  • 미팅은 (거의) 없지만 업무시간에 못 끝낸 업무를 계속한다
  • "내일 아침까지 확인해 주세요"라는 연락을 매니저나 선배한테 보내고 잘 준비
  • 연차가 높아지고 승진하면 내가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밤이 늦어진다

1시~2시: 취침

  •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 정도. 매일 졸렸다

 
지금 생각하면 업무는 무겁고 많아서 힘들었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았다.
글로벌 기업이라 그런지 사원들의 웰빙을 생각해 주(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도 좋았다.
 
이다음에 일본 회사로 이직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IT 계열 회사 사원의 하루

일반적인 웹개발도 하는 일본 회사.
말랑말랑한 아티스트적인 사람도 있고 폭신폭신한 엔지니어적인 사람도 있다.
 
컬처는 규모나 역사는 중견인데 벤처 같다. 아니 근데 일본스럽다. 한국스러울 수도?
연공서열. "저 사람은 xx도 할 수 있는 xx고 ... 10년 차(니까 대단해)." "저 사람은 xx대학 나와서 xx 하고 있고 ... 15년 차(니까 저 사람이 하는 말 들어야 해)."
 
입사하고
3개월 지났을 때에는 1년 안에 10년 차가 될 수는 없고, 내가 10년차 됐을 때에는 저 사람 20년 차 되고, 아인슈타인이 뭐라 해도 세월은 절대적이다. 이러느니 되도록 빨리 나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6개월간 지내고 보니 일이 재밌다. 우선은 일을 배워야지 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이직한 이유도 일이 재미있어서다. 특정 업계의 컨설팅에 있을 때에는 그 "특정 업계"에 관심이 없었다.
일을 하다 보니 재밌는 부분도 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 업계의 뉴스를 보면서 내가 담당했던 제품이 어떻게 되었는지, 잘 팔리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근데 근본적으로 관심이 없으니 조금씩 허무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관심이 있는 업계로 옮겼다.
 

9시~10시: 기상

  • 업무시간은 10시~19시이지만 그딴 것 신경 안 쓴다 (입사 1년 차)

~10시 반: 나갈 준비

  • 얼음 꼭꼭 채운 물통. 요즘은 너무 덥다
  • 양산

10시 반~11시: 통근

  • 회사까지는 도보 + 지하철로 30분 정도
  • 도보 시간이 길어서 오디오 북으로 소설을 듣는다
    • 아니, 오디오 북은 아니고 리디의 전자책을 기계음성으로 듣는다 (text-to-speech). 한국어는 정말 편리하다
    • 일본어 전자책은 이런 식으로 들을 수 없다. 한자는 읽기가 여러 가지가 있어서 완벽하게 읽어내는게 어렵다

11시: 회사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

  • 커피, 영양가 있는 주스, 빵, 빵

11시: 출근

  • 우선은 이메일 체크, Slack 체크

12시~13시

  • 슬슬 미팅이 시작한다

~19시: 미팅

  • 운이 안 좋으면 점심때부터 저녁때까지 미팅이 한 여일 곱게 잡혀있다
  • 운이 좋으면 중간에 2~3시간 정도 작업할 시간이 있다
  • 운이 정말 안 좋으면 오전에 미팅이 잡힌다
  • 오늘은 운이 정말정말 안 좋아서 11시부터 21시까지 미팅. 중간에 미팅이 하나 캔슬돼서 참 기뻤다

19~22시: 퇴근

  • 19시에 끝나는 법은 거의 없지만 마음만은 매일 19시에 퇴근한다
  • 업무가 남아 있는 걸 알면서도 “먼저 실례하겠습니다”하고 나온다

평균적으로 21시: 집에 도착

  • 거의 매일 바로 집으로 간다
  • 가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 때도 있다

21시 반: 저녁

  • 집으로 돌아오면서 파트너한테 전화를 하고 저녁 메뉴를 정한다
  • 여유가 있으면 슈퍼에서 장을 보고 여유가 없고 식욕이 왕성하면 밖에서 사 온다

22시: 취미 생활, 쉬기

  • 유튜브를 보는 일이 많다. 자주 보는  채널은 QuizKnock. (아마) 젊은 애들한테 인기가 많다. 장학퀴즈 같은 데서 우승하는 애들이 모인, 동경대 출신 퀴즈 플레이어 이자와 타쿠시를 중심으로 하는 명문고 명문대 출신의 유튜버 그룹이다
    • 퀴즈라고 하면 퀴즈내고 대답하고 끝, 하고 단조로울 거 같은데 얘네는 퀴즈를 응용한 기획을 많이 만들어내서 재밌다. 프로듀스력도 뛰어나서 얘네 덕분에 퀴즈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장르가 된 것 같다
    • 그리고 얘네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그냥 소파에 앉아서 보기만 할 뿐인데 뭔가 공부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죄책감이 덜하다
  • 요즘에는 조금 더 취미 생활을 즐기자 싶어서 블로그라든지 프로그래밍이라든지 그림 그리기라든지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다

1시~3시: 취침

  • 되게 많이 자는 거 같은데 맨날 졸리다

 

마침말

이렇게 써보니, 컨설턴트 때의 직장은 시간의 여유가 없었는데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일하다가 "으아아악~"하는 일이 있으면 친한 동기나 후배나 선배한테 가서 "커피 마시자!"하고 풀었다. 금요일에는 오피스 키친에 모여서 다들 수고하셨다 하고 맛있는 와인을 많이 마셨다. 주말에는 수면 충전 후 회사 사람들과 피크닉.
 
지금 직장은 시간의 여유는 있지만 (직장 안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일하다가 "으아악~"하는 일은 없지만 "하아 뭥미"하는 일이 있고, 그럴 땐 일과는 거리를 두고 그냥 집에 돌아가서 파트너와 맛있는 밥을 먹고 취미 생활을 즐긴다. 주말이면 여행을 가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머리가 리셋된다.
 
둘 다 나름의 밸런스가 있어서 좋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시간의 여유인 것 같아서 지금 일이 좋다.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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