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매일매일 수수께끼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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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게임] HUNDRED LINE -최종방위학원-

단간론파와 극한탈출 시리즈의 크리에이터가 함께 만든 작품이라 재미없을 리 없다고 생각해 플레이했다. 내용무대는 동경단지.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습격자로 인해 소중히 여기던 소꿉친구와 일상 모두를 잃는다.눈을 뜨자 낯선 교실, 그리고 최종 방위 학원이라는 학교에서 처음 보는 클래스메이트들과 함께하게 된다.여기까지만 보면 단간론파를 떠올리지만, 이 게임은 데스게임이 아니다.오히려 습격자로부터 학원을 지키기 위한 100일간의 생존 생활이 시작된다. 100일을 버텨내면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일까?게임은 “극한”과 “절망”의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장르를 내세우며,최대 100가지의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다. 습격자와의 전투는 SRPG 방식으로 진행되어, 전투 자체의 게임..

게임리뷰 2025.09.21

일본 여행 7/47 - 사이타마: 덥고 매력도가 낮다지만 그정도는 아님

동경에서 가기 쉬운 현, 바다가 없는 현, 사이타마. 일본의 어느 미디어에서 매년 도도부현 매력도 랭킹을 매긴다.사이타마는 늘 40위 이하. 작년엔 46위였나…? (47개 중)엄청난 관광지는 없고 내륙이라 여름엔 덥다.엄청나게 눈에 띄는 매력이 없다는 건 이해는 가지만, 매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내가 자주 가던 곳 몇 군데를 소개한다.치치부오타쿠라면 마음 찡한 곳 아닐까."아노하나"의 무대. 멘마와 친구들이 뛰어놀던 곳.십여 년 전에 갔을 때도, 그 후에 다시 갔을 때도 곳곳에 아노하나 캐릭터가 있었다.최근 몇 년 사이엔 역 직결 온천도 생기고, “치치부에 가자!”는 철도회사 캠페인 덕분인지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작년에 갔을 땐 아노하나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 대신 사람들이 가득했다.역직결 온천은 아..

일본여행 2025.09.20

[리뷰/영화]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그림이야기

회사 선배가 하도 추천을 해서 극장에서 보기로 했다.도라에몽은 매년 개봉 소식만 보고 지나쳤는데,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봤다. 내용그림 속 세계로 들어가는 도구를 쓰게 된 도라에몽과 친구들.그림 속 세계는 아름다웠다.그 안에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년과 공주를 만나고, 둘을 돕는 모험이 펼쳐진다.색을 활용한 장면/연출이 이야기의 핵심 장치로 쓰인다. 감상영화를 보기 전부터 "나조토키 공연 같다"라는 평을 많이 들었다.전체적으로 복선과 동선이 잘 디자인되어 있어서, 의외의 엔딩이어도 납득이 된다.다만 어린이 관객들이 엔딩의 뉘앙스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는 조금 궁금했다. ▼스포일러더보기영화 초중반에 소개했던 도구를 이용해서 마지막에 적을 물리칠 걸 떠올리다니,전형적인 일본의 리얼 탈출 게임의 디자인이다. ..

영화리뷰 2025.09.19

영화보다 화려했던 인도 결혼식 - 인도 총알 여행기

요즘 결혼식에 자주 가다 보니 생각났는데, 얼마 전에 인도 결혼식에도 다녀왔다.한국/일본이랑 완전 달라서, 말 그대로 영화 한 편 보고 온 기분.이번 일정은 운 좋게도 주말에 결혼식이 두 개 겹쳐 있어서 3일 동안 두 도시에서 두 부부의 결혼식을 경험했다.하나는 아쌈티로 유명한 아쌈 지역의 지방 도시, 하나는 델리 쪽.비슷한 점도 있었고 다른 점도 많았다.내가 본 의식들에 대해서만 소개해 보려 한다. 내가 본 범위3일짜리 일정 중 일부만 참석신랑 측 위주 1) 아침: 할디(Haldi)신랑 가족·친척·친구들이 모여 강황(터메릭) 바르는 의식을 한다.케이크 퍼주듯 서로 살짝 장난도 치기도 한다.결혼식 전에 정화하는 의식이라는데, 오히려 기름이랑 스파이스랑 섞여서 시즈닝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2) 본식..

해외여행 2025.09.18

[리뷰/소설] 중요한 건 살인 by 앤서니 호로위츠

한국에 갔을 때 샀던 책 중 하나.표지가 예쁘기도 하고, 앤서니 호로위츠의 맥파이 살인사건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골랐다. 내용괴팍한 형사 호손의 부탁을 받아, 그와 그가 맡은 사건에 대한 글을 쓰게 된 앤서니 호로위츠 ‘본인’이 화자로 등장한다.자기 장례식을 미리 예약해 둔 여성이 그날 살해당한다.정말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걸까?감상탐정 역할의 호손은 홈즈스러운 괴팍함과 얄미움이 있지만, 묘하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다.그리고 무엇보다 작가 본인이 조수로 등장한다는 설정이 재미를 더한다. 스필버그 같은 실존하는 인물의 이름도 등장하니 읽다 보면 이건 실환가 싶기도 해서캐릭터가 정말 우리 시대에 살아있는 인물처럼 느껴진다.다 읽고 나면 이 콤비의 다음 활약을 또 보고 싶어진다. 내용은 현대를 무대로 하지만 아..

소설리뷰 2025.09.17

월간 랭킹 1위했다

일본 탈출게임/나조토키 커뮤니티는 트위터(X)에서 정말 활발하다. 동인 제작자도 많고.그중 한 분이 ‘매달 나조토키 콘테스트’를 운영한다.트위터 투표로 그달의 탈출게임 1위를 뽑는 행사다.카테고리는 공연형(룸/홀 탈출), 주유형(투어형), 굿즈형, 웹형이 있고,이번에 공연형 부문에서 내가 디렉션을 맡은 작품이 1위를 했다.아주아주 기쁘면서도, 솔직히 복잡한 마음도 든다.기쁜 이유부터 적자면,기록상 첫 디렉션 작품이 1위를 했다.여름방학 성수기라 좋은 콘텐츠가 쏟아진 ‘격전의 달’이었는데 그 가운데 1위.우리 회사는 점포가 세 곳이라 보통 하나쯤 상위권에 들곤 하는데, 이번엔 1·2·4위가 전부 우리 콘텐츠였다. 그중에서도 내 작품이 1위.보통 홀형 콘텐츠는 큰 회장(규모·연출 파워)이 유리한데, 작은 회..

이런저런 2025.09.16

[리뷰/게임] AI: 솜니움 파일 니르바나 이니셔티브

개발사는 스파이크 춘소프트(Spike Chunsoft).극한탈출 시리즈의 우치코시 코타로가 만든 게임.전작은 샀다가 캐릭터 성격이 안 맞아서 2년간 방치했다가, 얼마 전에야 끝냈다.속편은 조금 불안하면서도 내용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내용경기장 한가운데서 ‘절반’ 시체가 발견된다.그리고 그 시체의 다른 절반은 6년 전 생방송에 나타났던 그 절반. 감상플레이하고 나니 “내가 전편을 제대로 끝낸 게 맞나… 다시 해야 하나?” 하는 불안감이 살짝 들었다.그만큼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기 쉽게 설계해 둔 느낌.루트 분기와 플로 차트가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이끈다. ▼스포일러 포함더보기6년전의 사건은 류우키, 현재의 사건은 미유키가 전담하여 파헤쳐 나가고 플로차트도 그 두 캐릭터를 축으로 나뉘어있다.하나의..

게임리뷰 2025.09.15

일본의 물가 (2025년)

일본에서 산 지 벌써 16년.경제가 크게 출렁이는 편은 아니라 느꼈지만, 오래 살다 보니 “아, 물가 올랐구나” 하는 순간들이 있다.*엔저는 예외.일본에 있으면 체감이 덜한데, 해외만 나가면 원·달러·유로가 너무 비싸져서 깜짝 놀람…아무튼 국내에서만 지내도 느끼는 물가 변화들, 그리고 요즘 물가 얘기를 적어본다.제일 와닿는 건 역시 ‘먹는 것’초콜릿예전엔 금액 대비 만족감이 있었는데, 요즘은 가격은 비슷한데 용량이 줄거나(혹은 예전보다 비싸거나) 한 느낌.내 기억으로는 100엔에 100g짜리도 봤던 것 같은데, 지금 시판되는 대표적인 판초코는 1장 50g이 보통이다맥도날드스무 해 전쯤 일본 여행 왔을 때, 돈이 없어서 맥도날드로 달려가면 햄버거가 90엔대였던 기억.지금은 기본 햄버거가 190엔부터. 점포..

일본생활 2025.09.14

[리뷰/영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

짱구 극장판은 처음이다.매번 관심은 있었지만 “봐야지” 하다가 놓쳤다. 이번엔 무대가 인도라길래, 얼마 전 인도에도 다녀온 김에 꼭 보자고 마음먹고 극장으로 갔다. 내용인도 페스티벌에 참가하려 떡잎마을 키즈(짱구·철수·유리·훈이·맹구)와, 인솔자로 짱구네 가족·교장 선생님이 인도로 간다.우연히 들른 잡화점에서 산 수상한 가방이 이상한 힘을 발휘해, 맹구가 갑자기 ‘폭군’ 모드로 변한다. 보오짱→보오쿤→폭군(ぼーくん/暴君)일본에서 맹구의 이름은 보오짱(ぼーちゃん).학교에 들어가면 보통 남학생에게 -군(くん)을 붙여 보오쿤(ぼーくん)이라 부를 텐데,이 발음이 ‘폭군(ぼうくん/暴君)’과 겹친다.언어유희! 감상“인도의 해상도가 높다.”남편 말처럼, 관광엽서식 이국취향이 아니라 거리·침대열차·차이와 빵(차파티 등..

영화리뷰 2025.09.13

일본 여행 6/47 - 가나가와: 에스닉한 현

동경의 이웃 현, 가나가와요코하마는 동경이나 오사카에 뒤지지 않는 큰 도시이고,하코네 온천, 가마쿠라 같은 유명 관광지도 많다.동경에서 접근도 좋아 자주 간다. 요코하마차이나타운, 야마시타 공원, 아카렌가 창고 등 볼거리가 많다.큰 항구 도시라 일찍부터 해상 무역으로 외국과 교류해 와서인지 국제적인 분위기가 있고,그런 점을 요코하마 출신들은 꽤 자랑스러워하는 듯하다. 물론 누구나 고향을 좋아하지만, 요코하마 사람들의 고향 프라이드는 유난히 강하게 느껴진다.하코네 온천하코네 산자락에 자리한 온천지.동경에서는 신주쿠 출발 로망스카를 추천한다.차창이 커서 날씨가 좋으면 후지산도 보인다. 로망스카로 약 한 시간 반 달리면 하코네유모토역에 도착한다. 하코네는 국내에서도 유명한 온천지라 관광객이 많고, 일본 관광지..

일본여행 2025.09.12

[리뷰/게임] 문자유희

회사 동료가 “너무 재밌다, 우리 회사도 이런 거 만들었으면!”이라고 극찬하길래, 닌텐도 e숍에서 바로 구매했다. 내용고전적인 RPG...지만 그림은 없고 다 문자? 주인공은 我(나)라는 한자고 剣(검)이라는 한자를 휘두르고,적은 蛇(사, 뱀)라는 한자로 만들어진 커다란 메두사고… 모든 것이 문자로 이야기된다. 원작은 중국 인디 게임이다.선택지도 문장으로 뜬다: ____ は冒険をする / しない(__는 모험을 한다/안한다) 같은 문장에 ‘我’를 끼워 넣어 행동을 정한다.건물에 들어갈때는 門(문)을 열고 들어가고,적과 싸울 땐 "적을 물리치는건 불가능하다"의 "불"을 검으로 쳐서 물리친다.요컨대 문장·한자 자체를 도구처럼 다루어 세계를 바꾸는 퍼즐이 핵심이다. 감상처음엔 텍스트 덩어리 같지만, 플레이할수록 ..

게임리뷰 2025.09.11

일본 결혼식 초대받았을 때 준비할 것: 축의금·드레스 코드·피로연

회사 생활을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동료들이나 친구들이 나보다 조금 젊다.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내 주변에 결혼식이 많다.한국 결혼식을 많이 가본 편은 아니지만,일본에서 결혼한 한국 친구들과도 이야기해 보며 “가깝지만 역시 다르다”는 걸 느꼈다.그 차이에 대해 적어 본다.축의금 문화처음 컬처 쇼크를 주는 게 축의금 아닐까.요즘 한국도 축의금이 오른 것 같지만, 일본은 보통 3만 엔이 기준으로 여겨진다.많이 친하지 않은 직장 동료/선배: 1만 엔친한 직장 동료/선배: 3만 엔친한 친구: 5만 엔동반 1인과 함께 참석하면 ×2(±1만 엔)로 잡는 경우도 있다간혹 10만 엔 이상 내는 경우도 있다고 (아주 친한 후배나 팀원에게 선배/상사가)홀수 금액을 선호한다. “나뉘지 않는다(갈라지지 않는다)”는 상징 때문이라..

일본생활 2025.09.10